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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부부 인생 2막은 IT기술로 관리하는 포도과수원이죠"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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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7.29 08:50 | 수정 2020.07.29 08:53

김임숙 행복한 포도향기 대표
포항집에서 IT 기술로 경주 포도과수원 장비 조작

"주변에 은퇴한 분들 보면 놀지 않으면서 생활에 보탬도 되는 적당한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걱정하는데 우리집은 포도과수원집 아들인 남편 덕에 그런 걱정은 전혀 없어요."

농장 대표인 김임숙(사진·47)씨는 "굳이 과수원에 가지 않아도 포항 집에서 스마트 폰으로 경주 포도과수원을 관리한다"며 농장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지난 22일 한적한 농촌 길을 달려 경주시 강동면 호명리에 있는 ‘행복한 포도향기’를 농장을 찾았다. 농장 규모는 작았지만 깔끔했다. 경주농업기술센터로부터 특별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IT 기술이 접목된 농장이라는 소개로 받은 곳이었다.

김 대표는 5년전 경주시 외곽에 농경지 6600㎡(1200평)을 구입한 뒤 2640㎡(800평)의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포항에서 사는 김 대표가 거리가 있는 경주에 포도과수원을 만든 이유는 경주 농지 가격 때문이다.

김 대표는 "포도 과수원집 아들로 태어난 남편의 포도 농사를 짓고 싶다는 거듭된 간청(?)에 못이겨 그러자고 했는데 걸림돌은 땅값이었다. 포항에서 농지도 가격이 비싸 적당한 땅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저렴한 땅을 찾기 위해 지역을 확대하던 중 도로가 뚫리면서 포항 집에서 15분밖에 걸리지 않는 경주의 논 매물을 찾을 수 있었다. 논을 사서 복돋우고 비닐하우스를 세워 포도를 키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남편과 함께 비닐하우스에서 포도를 키웠다. 김대표는 "나는 주로 농장 관리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내고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한다. 힘든 일은 주로 남편이 하는데 포항제철 현장설비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남편이 농장에 IT 기술을 도입해 육체적으로 아주 힘든 일은 없다"고 말했다.

행복한 포도향기는 그 동안 봐 온 노지나 비가림 시설을 갖춘 포도 과수원과 사뭇 달랐다. 우선 비닐하우스 내부에서 포도를 키웠다. 땅값을 제외하고도 800평 비닐하우스로 짓는데 1억5000만원이 들었다. 투자한 돈이 노지나 비가림막 포도농장보다 몇배나 많다.

비닐 하우스에 들어서자 문외한도 한눈에 차이가 나는 품종이 다른 포도송이를 주렁주렁 매단 포도나무들이 가지런히 줄을 지어 자라고 있었다. 품종이 무려 23개에 달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구 온난화가 심해져서 경주에서 잘 자라는 포도 품종을 고르기 위해 다양한 품종을 심어 테스트하는 중"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경주에 과수원을 처음 꾸몄을 때는 거봉 포도 농사가 잘됐는데 지구 온난화로 지금은 샤인머스켓이 잘 자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굳이 많은 돈을 들여 비닐하우스에서 포도를 키우는 이유가 궁금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자타가 인정하는 포도 농사 전문가지만 5년 전만 해도 아들만 셋을 키우느라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란 전업주부였다. 포도 농장에서 일해 본 경험이 전혀 없다. 김 대표는 "전에 포도 과수원에서 일해 본 경험도 없고 사실 농사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그의 남편은 연봉도 많고, 정년까지 보장되는 포항제철에 근무하고 있어 크게 부족하 궁핍하지도 않았다.

김 대표는 전적으로 남편 때문에 포도과수원을 운영하게 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아무리 편해졌다고 해도 농사 일을 좋아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겠어요. 포도과수원집 아들로 태어나 포도과수원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 남편이 결혼 한지 3~4년 지났을 때부터 아이들이 자기 앞가림을 할 줄 아는 나이가 되면 포도농사를 짓자고 꼬드겼는데 세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시부모님은 포도로 유명한 경북 영천에서 1만3200㎡(4000평)에 달하는 포도과수원으로 자식들을 키웠다.

밤낮 일교차가 크면 포도 당도가 높아진다는 점에 착안해 밤에 온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설치한 냉각팬. /박지환 기자
땅값 때문이라고 하지만 시부모님들이 계시는 영천을 택하지 않은 것도 궁금했다. 그는 "IT기술을 접목한 최첨단 스마트기술로 포도를 키워보고 싶었는데 오랜기간 포도농사를 지은 시부모님 근처에서 농사를 짓다보면 그 분들의 경험과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대표는 남편의 힘을 빌려 비닐하우스 포도농장에 다양한 첨단 장치를 설치했다. 김 대표가 과수원 관리가 좀 더 편리하도록 아이디어를 내면 회사에서 설비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남편이 자신의 경험을 추가해 설비를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제 포도나무가 냉해를 입지 않도록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그 안에 포도나무를 심었지만, 햇볕이 필요할 때를 위해 버튼 하나로 비닐하우스 지붕을 여닫을 수 있도록 했다. 열매가 커질 때는 물을 많이 필요로 한다는 점에 착안해 땅에 관수시설도 묻었다. 일교차가 크면 포도의 당도가 높아진다는 시부모님의 조언을 참조해 밤에는 하우스 내부 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도록 냉각 팬을 설치했다. 기상 상황에 따라 하우스 옆면을 원격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자동온도조절장치도 설치했다. 이들 장치는 과수원에 나오지 않아도 스마트 폰으로 원격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경주의 토양과 기후에 적당한 포도 품종을 고르기 위해 4차례나 갱신된 포도 줄기 모습. /박지환 기자
김 대표는 품종 갱신에도 다른 농장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주 지역에 적당한 포도 품종을 고르기 위해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후 불과 5년만에 품종을 4번이나 교체했다.

포도나무는 뿌리와 이어지는 대목에 원하는 품종의 포도나무 가지를 접붙이는 방식으로 품종을 바꾸는데, 그의 과수원은 한 눈에 봐도 구분이 될 정도로 접붙이기가 여러차례 이뤄졌다.

이런 노력은 육체 노동을 줄이면서도 당도가 우수한 포도 생산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IT기기를 이용해 포도를 생산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우수한 품질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 과수원에서 생산하는 포도의 당도의 최대 23브릭스로 경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들 중 상위 10%쯤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4~5년 안에 땅을 살 때 들인 돈을 제외한 비용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또 "현재 과수원에서 수확한 포도를 경주 로컬푸드 매장에서 팔아 매출을 올리는데 앞으로 과수원을을 아이들 체험학습장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경주가 향후 한국을 대표하는 포도산지가 될 수 있도록 우리 과수원에서 이뤄진 실패와 성공 경험을 통해 배운 포도과수원 운영·관리 노하우를 희망하는 지역 농부들에게 숨기지 않고 모두 전수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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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9, 2020 at 06:5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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